첫 번째와 두 번째 총괄 팀장님은 완전히 다른 성향의 사람이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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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첫 번째가 사무 및 정치 성향이 짙었다면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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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두 번째는 현장 중심의 열정적인 성품의 사내였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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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굳이 동물로 표현해 보자면, 한 명은 여우, 한 명은 어린 수사자 같은 느낌이었다.

 

 

TBM(tool box meeting)부터 달랐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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두 번째 총괄팀장님(이하 수사자)은 첫 총괄팀장님과는 다르게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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첫 TBM부터 단 한 번의 미팅도 빠지지 않고 직접 주도적으로 미팅을 실시했다. (마지막은 빠졌으나 그 이유는…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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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신을 포함해 작업자들 및 안전담당자들이, 모든 시간을 회사에 투자해야 한다고 연설을 하고는 했다.

 

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이고(실제로 이때 이미 우리 회사의 운명이 줄은 얇은 상태였다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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단 한 사람도 노는 시간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매일 화를 내고는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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화를 정말 자주 냈다.

정말 자주 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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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제로 그는 자신도 현장 업무에 직접 뛰어들어 작업을 했다.(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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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만 그가 간과한 점은, 이곳에 근무 중인 사람들 중 반절 이상은 그보다도 오랜 경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고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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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들이 수사자의 말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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굳이 이곳이 아니어도 일 할 곳들이 있어서 였을까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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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니면 경험적으로 의미 없다고 여겼는지는 아직도 난 잘 모르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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점차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, 불만들이 쌓여가고 있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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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곧잘 수사자의 업무를 돕곤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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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단 그의 열정적인 모습이 보기 좋았고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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또 인간적으로 그렇게 나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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총괄팀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음에도,

 

그는 작업자들과 같은 숙소를 이용 중이었고, 심지어 거실에서 잠을 잤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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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사자에게 부족한 건 경험인 것 같았다.(실제로 나보다도 어렸었다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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배관 업무적으로는 능력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었고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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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은 팀을 꾸려서 운영하는 능력도 괜찮다고 들었었기 때문이다.(feat.임시공구장님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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때문에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친한 안담분들이나 조공들에게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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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은 수사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넌지시 운을 떼고는 했다(아무 효과는 없었다)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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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만 그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, 바로 술을 너무 좋아했다는 점이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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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사자는 매일 밤 술에 잔뜩 취해있었다.

 

그 이유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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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떤 날 저녁엔 즐거움에 노랫소리가 들렸고,

 

또 어떤 날은 누군가와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는 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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체감상 두 달은 함께 보낸 것 같은데,

 

실제로 함께 한 시간이 2주 정도 지난 어떤 날 오후였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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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그날도 이전처럼 갑작스럽게 모든 게 끝이 나버렸다.

 

 하지만 이유는 첫 번째와는 정말 달랐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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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왜냐면 파업을 할 사람들은 이미 다 떠나고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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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남은 사람들은 수사자에게 맞춰주며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.

 (실제로 납기에 맞춰 모든 일들이 순조롭다고 얘기를 들었었다.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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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수사자는 매우 열정적인 사내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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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그 열정은 사람을 가리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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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상대가 조공이던, 원청의 관리자 건 그 열정은 차이가 없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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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게다가 그는 술을 매우 좋아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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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D-day 날 오전, 원청 관리자와 미팅을 진행했다고 한다.

 

하루 걸러 하루 진행하는 업무보고였던 걸로 짐작한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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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수사자가 생각하기에 팀은 안정적으로 변모했고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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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의 노력으로 납기가 늦춰지지 않도록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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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향상감은 그에게 자부심을 생기게 만들었으리라 짐작한다.

 

그날은 그렇게 생겨난 작은 자부심이 문제의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.

 

 

 

 

 이전 총괄(여우)은 그가 실제로 작업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진행된 것으로 원청 업체에 보고를 했다고 한다.

 

 그 보고를 믿고 있던 원청에서는 D-day 날 수사자가 보고한 업무량이나 업무 속도가 매우 저조하다고 평가했으리라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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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부심이 조금씩 차오르던 수사자는 매우 화가 나지 않았을까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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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우 같은 치밀함보다 열정이 앞서는 그는 억울함에 원청과의 미팅이 끝난 직후, 오전부터 술을 마시기로 결정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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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 술에 취한 채로 다시 사무실로 향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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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직접 보지 못했고,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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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확실한 점은 그날 누구도 다치거나 하는 대단한 불상사가 일어난 건 아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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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만, 다음날 수사자가 사무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소문이 퍼졌고,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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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사자 본인은 코로나에 걸렸다고 회사에 보고를 하고는 잠적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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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는 그가 잠적했다는 얘기를 듣고, 곧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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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름대로 그의 진심이 뭐였는지 이해하고, 사실은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내 마음을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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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도 알고 있어서 전화를 받아준 게 아닐까 하고 믿고 있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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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와 얘기를 하던 중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짐작을 한 나는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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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에게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는 덕담과(정말 2주간 그는 미친 사람처럼 일했다) 앞으로의 행운을 빌어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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분명 젊음 수사자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, 언젠가는 어른 수사자가 될 날이 올 거라고 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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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자는 사자니까. 물론 술을 줄여야 하겠지만 말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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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! 그 뒤로 남은 기간 동안 임시공구장님의 욕설은 더욱 심해졌었다. (사실 가장 상처받으셨으리라.. 짐작만..)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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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쉽게도, 세 번째 총괄팀장님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는 없다.

 

기존에 계시던 배관사분 중 한 분이 배정되었는데, 그 즈음 나는 회사를 옮기게 되었기 때문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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회사를 옮기는 과정도 정말 대단히 재미있었다.(그 당시엔 죽을 맛이었지만..)

 

다음 이야기는 그 과정에 대해 한번 떠올려 보고자 한다.

 

 

 

 

 

끝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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